아직도 GRD4인가?
거리사진가라면 여전히 GRD4는 훌륭한 해답이 된다.
친구가 쓰라고 빌려줘서 우연찮게 쓰게 된 것이 인연의 시작이지만 이것 만큼 완벽에 가까운 스냅머신은 만난 적이 없다.
물론 GR에 비해 화질이 떨어지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체급이 다르다. GRD4의 센서는 매우 작고, 때때로 휴대폰이랑 비교시에 화질이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화소도 높지 않다.
하지만 거리사진이라는 종목에서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유명한 매그넘의 작가들의 거리사진은 대부분 흑백사진으로 찍었고 화질 또한 깨끗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사진들일수록 그런 경우가 많다.
사진의 가치를 논하는 것은 화질이 아닌 사진의 내용이다. 거리사진에서 특히 말이다.
거리사진용 카메라에겐 무엇이 중요할까?
속도. 거리사진은 빠르게 장면을 포착하고 셔터만 누르면 선명하게 장면이 찍혀줘야 한다. 거센 물살처럼 흘러가버리는 생활의 장면 장면들은 정말 찰나의 순간들이다. 이거다 싶어 구도를 생각하고 자세를 잡게 되면 장면은 이미 날아가 버린다. 거리사진에서 제일 중요한 건 내용이고 속도가 느리면 그 내용을 얻을 수 없다.
그런면에서 GRD4는 정답에 가깝다.
GRD4의 작은 센서는 매우 쉽게 팬포커싱이 된다. (약 1.5m ~ 무한대에 촛점이 전부 맞는다) AF도 필요없이 거리 설정해두고 누르기만 하면 된다. 스냅사진에 최적이다. 장면을 찍는데 화질과 속도를 서로 적절히 양보하고 타협했을때 이보다 빠른 기계는 없다.
매우 작고, 눈에 띄지 않고, 항상 가지고 다니기 좋다. 그저 전원을 켜고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누르면 끝난다.
rx100mk4 라는 소니의 1인치 센서 카메라를 써보기도 했는데 이것도 매우 훌륭한 스냅이 가능하다. 속도, 4k무비, 작은 크기, 칼짜이즈.. 무엇하나 버릴 게 없다.
매우 인상적인 메모리 기능(특정 줌구간을 기억하기도 한다. 35mm구간을 기억 시켜두면 켜자마자 그 구간으로 시작한다)과 빠른 AF덕에 항상 준비되어 있다. 화질도 더(훨씬) 좋다. 심지어 RAW로 찍어도 느리지 않다.
다만 28mm 영역으로 한정한다면 GRD4가 더 뛰어난 스냅머신이 될 수 있다. 고정 초점으로 한호흡 더 빠르게 찍을 수 있다. 셔터를 누르고 나서 블랙아웃되는 시간이 긴게 단점이고 RAW 촬영시 컷과 컷사이의 간격이 지나치게 멀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GRD4는 더 손에 감긴다. 더 가볍다. 조작에 신경이 덜 쓰이고 비교적 피사체에만 신경 쓸 수 있다. 외관 스크래치도 신경 쓰이지 않는 재질이고 더 강하고 예쁘다.
rx100mk4가 다 잘하는 천재형이라면 GRD4는 오로지 한가지만 집중적으로 잘하는 오타쿠같은 카메라다. 아무리 뭐든 잘하는 놈이라도 한가지에 모든 걸 쏟은 놈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GRD4가 그렇다.
디지털 시대에 넘어와서도 스냅 모드라는게 들어있는 카메라가 리코말고 있던가?
이젠 GR시리즈로 판형을 키운 펜탁스 리코가 판형이 작은 GRD 시리즈를 다시 내놓을리 없다.
GRD4같은 카메라는 아마 앞으로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내겐 어쩌면 영원히- 가장 훌륭한 거리사진, 스냅 전용기로 최고의 카메라로 계속 곁에 두게 될 것이다. 항상 현역으로.
———–GRD4 스냅 설정
각각 MY1~3에 설정.
팬포커싱 최적 값
스냅 1.5m, f2.8, iso auto high(1600, 1/250), 노출보정 -0.3, raw 또는 raw+jpg.
이 경우 극주변부 해상력이 아주약간 떨어지지만 거의 앞에서부터 원거리까지 모두 초점에 들어온다. 극주변부가 만일 가까운거리의 피사체라면 선명하다. 조금 특이하긴 한데, 암튼 그렇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밝은 대낮엔 조리개 4이상 올리면 화질도 좀 더 잡을 수 있다.
야간 설정은
위 설정에 조리개만 f1.9로 설정해서 찍는다. 어차피 화질은 꽤 포기하기 때문에 선명하게 촛점이 맞은것과 그렇지 않은것에 차이점을 크게 분간하긴 힘들다.
근접 설정은
스냅 1m, f1.9, iso auto high (1600, 1/250), 노출보정 -0.3, raw 또는 raw+jpg
피사체와 어느정도 가까워졌을때 노파인더건 아니건 셔터를 누르면 대부분은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