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나가는 길에

눈덮인 아파트 주차장을 보니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발자국과 자동차가
지나간 자국들로 마치 파도치는 하얀 바다 같았다.
어둑한 밤이라 그런지 음산한 분위기를 풍겨 그곳을 가로질러 걷자
조금 기묘한 기분이 든다.

하늘을 보니 검디 검은 바탕에 유난히 별이 잘 보였다. 별은 추울수록 잘 보인다.
아래는 트레이닝복 바지 한겹만 입은 탓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걷다가 문득 생각 났다.

스물 다섯 겨울엔 눈을 쓰는 모습을 부러워 했었는데.
스물 여섯 겨울엔 열심히 눈을 쓸게 되었다.

스물 여덟 되었다.
스물 일곱엔 무엇을 부러워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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