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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잡설

2016년 2월 16일, 화요일

이제 와서 왜 필름을 쓰고 싶어진 것일까?
현상하고 인화하는데 한롤당 돈 만원은 그냥 깨진다. 36방짜리가 7~8천원은 넘어서 결국 36방 찍고나면 만오천원 이상이 나오는 이 비싼거 왜 또 쓰고 싶어진 걸까?
몇번이나 필름을 썼다가 팔고를 반복 했는데 왜 또 필름인가.
어이구..

멍충이 같은 내 스스로에 휘둘려 잡소리 늘어 놓는다.
요즘 들어 디지털이 데이터일 뿐이다라는 생각이 도통 떠나질 않는다.
근데 모니터로 그 데이터를 보고 감동을 받기도 하니 디지털이 잘못이 아닌 건 분명하다. 디지털도 옳은 거 맞다.

근데 왜 또 이 헛짓거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드냔 말이다.. 왜!

생각을 좀 해봤다.
예를 들어 유명인의 사인을 갖고 싶은 이유가 뭘까 하면.
아마도 그의 필압과 손놀림의 흔적이 종이 위에 실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종이 위에 그의 흔적이 있다. 때문에 사인지를 들고 종이를 스쳐간 사인펜의 궤적을 형광등에 비춰보기도 하고 냄새(?)도 맡아보기도 하며 유명인과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 물건이 한때 그사람과 가장 밀접한 거리에서 맞닿아 있었다는 불변의 사실이 그 사인이 기록된 종이를 갖고 싶게 해주고 가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아닌가? 나만 그런 생각하는 건가.. 암튼..
필름도 마찬가지의 가치를 갖는다.
그 당시 실제 존재했던 빛이 사물에 닿고 반사되어 렌즈를 뚫고 들어와 필름면 위에서 필름을 물리적으로 태우면서 그 장면을 흔적으로 남기는 거다.
그렇다. 꼭 그 당시의 시간이 여기 들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필름 속에 젊은 아버지가 존재한다. 그때 아버지가 반사한 아버지의 피부에 닿았던 빛이 필름에 닿으며 그 감촉을 흔적으로 남겼단 말이다!
오래전부터 찍어온 수많은 양의 필름들을 꺼내어 보면 – 그때 당시와 나를 물리적으로 이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 그것이 포지티브이건 네거티브이건 암튼 절대 버릴 수 없다는 기분이 샘솟는단 말이다!

이건 사진의 내용에 대한 것이 아니다. 장면의 소유와 관련 된 이야기다.

그렇다.

이게 (겨우 만들어낸.. 아, 아니) T3를 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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